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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2일,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에 갑작스럽게 “정규공연시설 외 공연 금지”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에 따라 작품발표가 예정되어 있던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의 10곳의 공간 중 8곳에서의 작품발표가 불가능해졌다. 대규모 집합을 지양하는 거리두기 수칙에 맞추어 축제를 소규모로 쪼개어 준비하던 축제 사무국은 갑작스러운 방역수칙 변경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후 마포구와의 행정협의를 꾀했으나 원하던 대로 대화가 흘러가지 않았고, 결국 축제 이튿날인 8월 5일, 현장에 찾아온 마포구 공무원들에 의해 축제는 중단되었다.
사무국은 급박하게 대체 공간을 섭외하고, 영상 촬영으로 전환하는 등 참여예술가들과 대안을 논의하였고, 예정대로 작품발표를 진행한 24팀 외에, 연기 8팀, 영상 촬영 8팀, 퍼포먼스 취소 후 전시 진행 5팀, 공간변경 16팀, 취소 12팀으로 최종결정되었다. 이후 축제는 11월까지 계속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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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마무리되고, 축제 사무국은 축제 중에는 묻지 못했던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축제와 협업했던 공간 운영자들에게 “정규공연시설 외 공연금지” 조항에 대한 의견을 아래와 같이 물었다.
2021년 8월 4일, “정규공연시설 외 공연금지” 조항에 따라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의 10곳의 작품발표공간 중 8곳에서의 작품발표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체육시설 등 대규모 공연을 금지하기 위해 생겨난 규정이 구체적인 정규공연시설, 전시퍼포먼스의 정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프린지에도 적용되며 그동안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축제를 준비해왔던 사무국은 축제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3일간 축제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린지는 이 상황에 대해 두 가지 질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객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정규등록공연장 제도와 그 등록기준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또 정부가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을 이유로 구체적인 극장 상황에 대한 정의 없이 예술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규정을 정하고 통보하는 것이 괜찮은가?
이 규정과 관련하여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운영자님은 무엇이 문제라고 느꼈고, 보완되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여러분의 의견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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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공간 운영자가 답변을 보내주었고, 이 내용은 우리의 고민을 조금 더 명쾌하게 정리해주었다. 아래의 내용은 공간 운영자들이 보내준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Q. 관객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정규등록공연장 제도와 그 등록기준이 과연 코로나19 방역에 실효성이 있는가?
- 정규등록공연장 제도에는 득과 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판단하기 나름이겠지만, 극단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유의미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등록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금호아트홀과 대학로 소극장이 같은 공연장으로 분류되어 관리되고 있다. 공연예술의 장르가 다양하고, 예술표현의 형태가 무수한 만큼, 공연장에 대한 더 세세한 기준이 필요하다.
- 정규등록공연장 제도와 등록기준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이라는 콘텐츠의 전문성을 위해서 말이죠. 제도적 기준이 있어야 관객도 작품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연이라는 장르의 다양성이 기준화되지 않고, 그에 맞는 제도를 발전시키지 않은 상황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거기엔 예술이라는 장르의 확장성을 불가하게 만드는 비효율적 제도가 한몫하고 있겠지요. 실효성이 없다고 볼 것이 아니라, 실효성을 위해 수정해야 할 문제점들을 해결할 방도를 찾는 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 코로나 상황의 심각성은 이해하지만, 변경된 수칙으로 인해 발생할 예술 현장 당사자들의 피해까지 꼼꼼하게 살펴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정규공연시설 등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대 관련 설비시설(조명, 음향 장비 포함)의 설치 여부이다. 그리고 안전진단 기관이 발급하는 서류 및 재해대처계획 등이 포함된다. 공연예술 발표에 있어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 기준을 세울 때, 공간의 무대 관련 설비시설 설치 여부는 거론될 사항이 아니다. 중요한 사항은 재해대처계획이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서 비록 2팀만이 공연을 올렸지만, 셋업부터 공연, 그리고 철거까지 프린지 스태프들의 방역 관련 준비는 꼼꼼하고 철저했다. 관객의 입장 전/후에 관객들이 앉거나 만질 수 있는 모든 곳을 소독했고, 발열 체크 및 관객들의 출입명부 작성까지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진행했다.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해 휴대용 소화기 역시 공간에 비치해두었다. 이렇듯 공연장에서의 재해대처계획이 중요하다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스태프들은 철저하게 준비를 마쳤고 실제로 하나도 빠짐없이 실시했다. 그렇다면 어떤 지점에서 공연장 등록 여부가 페스티벌의 진행을 멈추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 안전한 공간임을 인증받고, 제도적인 틀 안에서 보호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규등록공연장 제도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서울이라는 거대하고 불확실한 도시 안에서 제대로 갖춰진, 완벽한 공연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 또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있습니다. 예술적 시도와 모험을 하기 위해서 완성도에서는 조금 부족할 수 있어도 가능한 방식으로 최대한의 안전함을 유지하며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창작자도 이러한 공간이 더 많이 생겨나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꾸고 있다고 믿습니다. 등록기준을 함부로 완화하거나, 관객이 오고 가는 공간이라고 하여 모두를 수용하는 것은 분명히 훗날 예기치 못한 큰 사고를 눈감고 넘어가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등록기준에 맞지 않은 공간이 활용할 수 있는 안전 매뉴얼을 제공 혹은 함께 제작하여 이를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것, 그리고 공간 측에서도 안전을 위한 장비 및 자체 대응 시스템을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가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을 이유로 구체적인 극장 상황에 대한 정의 없이 예술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규정을 정하고 통보하는 것이 괜찮은가?
- ‘팬데믹 상황에서의 안전’이라는 이유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이를 최우선시함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가치가 침해받고 있다. 특히 미끄러운 비탈길 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지금의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술 장르와 형태가 다양한 만큼, 더 세분된 규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 이번 팬데믹은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 정부조차도 무방비상태에서 맞닥뜨린 상황이었으므로 예외 없는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후 발생할 팬데믹의 반복적 상황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될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도권에서의 공연이란 연극, 오페라, 음악, 뮤지컬 등의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장르로만 한정된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라는 개념적 미술 장르는 해석하고 있지 않겠지요. 당연히 소규모 미술 공간 또는 공연예술공간의 상황을 반영한 제도 역시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가 위와 같은 비주류 예술 활동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정부에게 제안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수정되진 않겠지만, 조금씩 발전시켜야 후대에 조금이라도 지금과 같은 문제를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의 상황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걸 예견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고 하더라도, 놓치는 부분이 생겼겠지요. 누군가에게는 생계유지 수단인 예술업계가 단순한 유흥 문화, 삶에서 필수적인 부분은 아닌 것으로 전락하는 순간을 마주한 것은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예술계가 아주 오랫동안 싸우며 지고 이겨왔던 담론이지요. 정부가 우선 지휘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더 즉각적인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아졌기에 이 문제가 더 가시적으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체계적으로 극장을 정의하고, 충분한 논의를 나눴다면 좋았겠지만,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습니다. 가장 쉽고 빠르게 통제할 수 있고, 통제의 결과 또한 가장 빠르게 드러나는 분야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의 정도와 정부의 통제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은 눈여겨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은 이번 페스티벌을 공연장이 아닌 대안공간에서 올리고자 사전답사부터 참가팀들의 공간답사까지 큰 노력을 기울였고, 긴 시간 코로나 시국에서 소수의 관객이지만 대면으로 만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당국의 방역에 대한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규등록공연장 이외에서의 공연을 금지한다’는 결정은 행정 처리 과정에서의 효율성만으로 공연예술을 바라본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유입된 지 2년이 지났다. 코로나의 확산을 막는 것만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많은 예술가의 생존에 관해서도 관심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주길 당국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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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의 실효성에 대해서만 고민했던 편집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 준 답변도 있었다.
- 2019년부터 계속되어온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계획했던 공연의 규모가 축소되기도 하고, 방식이 변경되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세상이 변하는 걸 보면서, 이행성 극장은 작고 단단한 네트워크들을 중심으로 예술과 일상의 가치를 찾아 꾸준히 움직여왔습니다.
정규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공연만이 허락된다는 것은 코로나라는 비상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쉬지 않고 움직여 길을 내놓은 실핏줄들을 막는 것입니다. 어렵지만 꾸준하게 찾아 열어놓은 작은 집단과 작은 공동체를 향한 가능성을 닫는 일입니다.
정규공연장 등록을 했을 경우 공연을 정규적으로 올리기 위해 가져야 하는 운영의 효율과 수고, 공간의 성격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리서치와 탐색, 일상적인 네트워크들이 공연의 경계로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지 찾고 모색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작품에 대한 상상력, 관객과 만나는 방식에 대한 탐색을 포함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더 많은 예술, 더 다양한 정신, 더 자유로운 실천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은, 예술과 창작 형태의 자유로움과 관련합니다. 예술은 언제나 작은 미래와 작은 일상을 향한 영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관계된 일입니다.
5.
‘언제, 어디에서나 예술이 가능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무엇이 극장인가?’라는 우리의 질문을 ‘무엇이 예술인가?’로 확장해 주었다. 또, 재난 상황이 드러낸 프린지(사무국 내부, 예술가와의 소통), 문화예술계(예술가, 기획자, 축제, 극장, 행정파트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예술에 가치와 필요에 대한 사회적 논의 부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나는 이 일련의 상황들이 프린지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프린지는 예술 생태계의 일부다. 프린지가 없어져도 문화예술은 지속되고 어디선가 축제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예술가들은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해 설 무대를 잃을 것이고, 어떤 예술가들은 새로운 시도를 할 무대를 잃을 것이다. 나와 당장 관련 없어 보이더라도, 프린지는 나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앞으로의 축제에서 계속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동료들과 찾아 나가고자 한다.
2022년, 프린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생태계는 여전히 여기 있다.
우리는 이 생태계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