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축제를 함께 만든 사람들
나의 사랑하는 집
  • 이세인(COMMA),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 참여 아티스트
모두 사랑하는 집에는 잘 돌아가셨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돌아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관객의 존재덕에 우리 예술은 자유 그 너머의 의미들을 찾아낼 수 있었기에, 그들에게도 무언가 선물이 되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프린지가 외치는 자유는 ‘친애하는 자유’입니다. 제게 자유란 가까이 있고자 멀리 있는 잡을 수 없는 것, 자유가 자유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린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면서는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은 가볍게 들뜨는 것이 사유하고 만들어내는 시간 마저 자유라 느낀 여름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즐겁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감사하다’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상의 의미는 관객들이 찾아주었고요. 자유가 친밀하고 애정한 관계처럼 가까이에 있었던 기억입니다. 이번 기록에서는 우리가 프린지로부터 받은 자유가 편안한 마음과 기분 이외에 또 어떤 것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예술가’라 명명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는 음악대학에서 작곡과 음악학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예술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예술가’로 불리기를 바라며 공부를 해 나가지만, 실력 그 외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아우라는 어떠한 학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한 작업의 결과물도 나를 예술가라는 정체성의 완성을 맺지는 못합니다. 나를 예술가라 불러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비로소 그 예술가의 아우라가 만들어지고 우리는 그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가꾸어 나갑니다.

프린지는 우리의 작품이나 모습을 보기보다 우리가 ‘새로운 예술작품’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만으로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부여해준 곳입니다. 처음 아티스트 미팅을 하고 아티스트라 불려지는 우리가 새롭게 느껴진 기억이 납니다.
<나의 사랑하는 집> 작품 발표 현장
두 번째는 ‘소리실험프로젝트’라는 우리의 부제입니다. 프린지에서는 작품 형식에 전혀 제재가 없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작품을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음악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음에도 ‘소리실험’이라 적은 것은 음악이라는 넓은 개념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 시도였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무책임하게 그 비평에서 벗어나고자 한 의지도 있음을 지금에서야 고백합니다. 이렇게 ‘음악’이라는 마음의 짐을 덜고 우리의 생각과 소리를 작품으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하면서부터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개인적인 취향으로 저는 ‘인터랙션 전시’를 좋아합니다. 작가가 직접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작품을 통해 손 내밀고 있는 것, 또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완성하게끔 하는 전시를 좋아하는데, 이것은 예술에서 관객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린지에서 우리가 가장 첫 번째 목표로 잡고 시도하고자 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었습니다. 우리의 작품으로 직접 대화를 나누고 함께 느끼고 싶었습니다. 인터랙션 기술이 부족해도 우리가 직접 상주하여 주고받을 수 있었고, 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여 온전히 관객과의 대화를 방해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장소와 관객 제한을 마음껏 할 수 있는곳, 우리의 시도가 모두 실현되는 곳이 프린지였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여름날의 뜨거운 자유의 추억은 다시 얼어가지만, 내년 여름 또다시 우리에게 주어질 자유를 알기에 우리는 그것을 매 순간 갈구하고 갈망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자유의 행운이 깃들기를 소원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