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축제를 함께 만든 사람들
그래도 프린지래도‘우주마인드프로젝트 창작자들의 인터-인터뷰’
  • 김승언, 신문영(우주마인드프로젝트),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 참여 아티스트
  • 문영 코로나가 만 2년 됐습니다.
  • 승언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문영 처음엔 마스크가 참 답답하고 어색했는데, 요즘은 안 쓰면 더 어색해요.
    승언 정말 그래요. 이게 과연 적응이 될까 싶었는데 어느새 적응되었더라고요.
  • 문영 코로나 2년 동안 축제와 공연단체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코로나에 적응하고 대응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요?
  • 승언 글쎄요. 일단 공연을 준비하다가 축제가 취소되었을 때 밀려오는 허무함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것 같고요. 항상 조마조마하죠. 흥도 잘 안 나고요.
    문영 올해도 사전 녹화나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비대면 전환된 축제가 많았죠. 흥은 안 나는데 영상으로 전환될 때 모드 전환은 좀 쉬워진 것 같아요.
    승언 그러게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문영 받아들임? 포기? (웃음) 아무튼 올해에는 반 포기상태로 온라인 공연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요식행위가 된 것 같은… 이게 축제인가 싶고…
    승언 그렇죠. 공연은 축제의 일부분일 뿐이니까.
    문영 아무튼 질문이 많이 발견된 것 같아요. 우울한 상황에… 대안이 있을까요?
    승언 모르겠어요. 힘들게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행정당국이 너무 쉽게 취소 결정을 내리죠.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축제를 취소시키는 것은 대안을 찾을 가능성마저 취소시키는 것 같아서 울컥하죠.
영상상영회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친절한린지씨>
  • 문영 아무튼 우리는 이번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영상화를 택했습니다. 왜일까요?
    <이름> 스틸컷
  • 승언 <이름>이란 공연을 떠올리고 ‘이너프라운지’와 ‘신수시장’이라는 공간에서 갖게 된 어떤 느낌, 특히 관객과 함께 시장길을 걷고 관객과 수다를 떨고자 했던 것 등 그곳에서 비롯된 생각과 고민을, 캄캄한 소극장에서 함께 경험할 수 있을까... 안 될 건 없겠지만 그냥 직관적으로 극장은 아니라고 느꼈던 것이겠죠.
    문영 공간 때문에 대면 공연을 포기한 셈이네요.
    승언 대면 공연은 절실하지만 적절한 공간이 아니면 데면데면할 것 같아서...
    문영 작년에는 공연 영상의 한계를 절감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시도를 했을까요?
    승언 작년에 공연 전체를 영상으로 제작할 때는 촬영과 편집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경험했죠. 그런 엄청난 공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일 테고요. 하지만 그렇게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해도 결과는 알 수가 없잖아요. 넷플릭스랑 경쟁할 수도 없고요. 결국 영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죠.
    문영 그런데 공연 관람이라는 감각적인 체험을 영상으로는 대체할 수가없잖아요. 영상은 영상이지 공연이 아니니까요. 환경도 다르죠. 좀 어수선한 공간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작은 화면으로보게 될 거고요.
    승언 그래서 이번에 시도한 것이 짧은 영상이었죠. 목표는 아주 명확했어요. 티저 영상, 혹은 메이킹 필름 형식의 짧은 영상으로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 있게 해보자는 것. 거기다 금전적인 문제, 영상 스태프와의 소통 문제, 시간적인 문제 등으로부터 자유롭게 우리 스스로 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가 직접 해보자고 했던 거죠, 촬영부터 편집까지... 어떠셨나요?
    문영 재미있었어요. 생각보다 원활하게 진행돼서 놀랍기도 했고요. 우리끼리 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였어요. 그리고... 돈이 없으면 못 할 것 같은 지금의 영상화 분위기에 약간 딴지를 걸 수 있었다는 느낌?
    함께 “‘우주마인드’도 하는데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웃음)
    문영 되도록 공연의 영상화 작업은 피하고 싶지만 어쨌거나 작은 규모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낯선 외국어를 배운 것 같은 느낌이죠. 전문가가 보기엔 어설픈 영상이겠지만 공연단체로서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승언 맞아요. 문제의식은 분명했지만, 구체적인 작업 단계에서는 좀 막막했죠. 애매한 점도 많았고 공연일 때의 장면을 영상으로 찍으면 이상해 보이는 것도 있었고요. 결국 현장에서 머리를 많이 굴렸죠. 카메라 위치도 계속 바꿔 보고. 우연히 앵글을 발견하기도하고, 화면은 이렇게 구성되는구나 하는 공부가 됐죠.
    문영 작은 실내공간은 처음이었는데 공간을 적절히 잘 활용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좋은 경험이었죠. 특히 공간운영자와 작은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었고요.
    승언 아무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마음껏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소통 구조 덕분인 것 같아요. 우리 두 명이 다 했으니까.
    문영 그리고 프린지니까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승언 격하게 동감합니다!
    <이름> 스틸컷
  • 문영 우주마인드프로젝트에게 프린지란 무엇일까요?
  • 승언 글쎄요. ‘우주마인드프로젝트에게 ○○이란?’ 이런 질문은 항상 고민이 돼요. 느낌은 있는데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죠. 무슨 말을 지어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프린지는 우리한텐 그냥 ‘당연’한 곳(것)이잖아요. 무조건적인.
    문영 그렇죠. 그냥 연례행사죠. (웃음) 우리의 탄생지, 가족 같고, 그냥하는 것. ‘내년에 프린지에서 뭐하지’라는 고민이 부담 없고 일종의 동력이 되는 곳. 적어도 우리에게는 맘 편히 실험해볼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승언 이번에 영상 작업을 이런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죠. 위험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프린지를 쉽게 생각한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
    문영 맞아요. 다른 곳에서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실험을 끝까지 못 가보는 때도 있지만 프린지에서는 이래도 될까 고민이 돼도 끝까지 가보게 되죠.
  • 승언 그나저나 내년에 프린지에서 뭘 하죠?
  • 문영 글쎄요. 뭐든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