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축제를 함께 만든 사람들
코로나 시대, 예술 행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고자 하는가?
  • 조아라, 몸소리말조아라 센터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는 조아라의 집이자 창작공간으로 지속적인 네트워킹 허브를 구축해 예술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길 희망하며 대안공간에서의 공연, 전시, 워크숍 등을 기획 하고 운영하고 있다. ‘몸소리말조아라’는 몸, 소리, 말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형식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삶과 예술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작품 만들기를 지향한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는 관객들에게 극장이 아닌 대안공간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를 운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창작자가 지원금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생태계 안에서 스스로 자생할 방법에 대한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누구와 어떻게 예술 활동을 해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예술 활동을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가? 장기적인 방안의 필요성을 느꼈다.

창작자로서 지원금 없이도 지속적으로 리서치와 실험을 하고 작게나마 발표할 수 있는 공간, 지지와 응원의 장이 필요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이 펼쳐지는 다양한 공간 중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도 있었다. 8월에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서 9개 팀이 공연을 올릴 예정이었고,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기점으로 다층적 맥락이 교차하며 더 넓은 스펙트럼이 펼쳐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많은 우여곡절 끝에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결국 11월에 2팀만이 공연을 진행하며 축제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장으로서 걱정과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전하게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방역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몸소리말조아라 센터’가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던 이 유는, 모두의 안녕이 중요한 이 시점에서도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해왔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은 관객과 직접 만나는 ‘현장성’이 중요한데, 공연예술 창작자에게 있어 이 질문은 존재에 대한 물음이며 동시에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강신우 님 공연을 마치고 강신우 님, 스태프들과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과 정부 지침 속에서도 축제를 이어나가는 선택을 한 것은, 공연예술 활동이 계속되기를,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를 지지하기를, 지속해서 논의하고 대안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다짐이 내포되어 있다. 더불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회피하지 않을 용기 - 대안을 찾는 과정은 지난하고, 어렵고, 때로는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입고 입히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고, 절망에 빠지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 유연함, 회복탄력성 키우기 등 다짐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지만, 서두르지 않고 축제 측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동의하며 진행해나갔다.

극장이 아닌 대안공간에서의 공연은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특히나 11월에 올라간 팀 청담동의 <오버외스터라이히>와 강신우의 <샘플링: Oh Solitude to ∞ 01itude> 두 작품은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의 공간성과 작품이 찰떡같이 잘 붙으며 오묘한 공명을 일으켜냈다. 집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공연이 펼쳐지는 순간 아주 내밀하게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시공간,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예술가이자 창작공간의 운영자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협업하면서 위치와 관점을 바꾸어가며, 축제의 운영진들과 여러 번의 회의, 축제 참여예술가들을 위한 공간 답사 일정 조율, ‘몸소리말조아라 센터’ 공간 정리와 단장, 공간 방역을 했고, 리허설과 공연을 위해 일상적 공간으로서의 활용을 잠시 멈추었다가, 리허설과 공연이 끝나면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복귀하기를 일주일 동안 진행했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서의 두 공연은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질문은 여전하다.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는 왜 끝까지, 공연을 올려서 대면으로 관객들과 만나고자 하는 창작자들을 지지했는가? 생존 문제가 시급한 이 시기에 예술의 역할은,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면서 어떻게 공연예술을 지속할 수 있는가? 예술노동자는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지금 이 시기에 예술가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며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대면으로 만나는 관객들과 무엇을 나눌 수 있는가?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답은 가까이에 있지 않다.

판을 만들기 위한 책임의 무게는 컸다. 그러나 만약 또 하겠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또 하겠다고 말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지속한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라는 공간을 다른 예술가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다. ‘몸소리말조아라’의 <어쩔 수가 없어> 공연에 이런 대사가 있다.

“멀고도, 험하고도 거친 길이로다. 가다 가다보면 분명히 설 곳이 길이 있느니라.”

2021서울프린지페스티벌 준비를 위해 힘쓴 모든 분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