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에코프린지
So, What’s next?
  • 쿄,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1 스태프
“요즘은 내가 하는 일(예술)이 지구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 때가 있어.“

2021년 1월, 코로나 팬데믹 1년째, 온라인으로 모인 은주, 샬뮈, 쿄는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후위기, 전염병, 산불 등의 상황 속에서 내가 하는 예술이, 축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홍보물이 지구를 해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무엇부터 할 수 있을지,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자는 마음으로 <에코프린지>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확장성과 지속성을 위해 서울시 기금을 신청한 뒤,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친환경적인 축제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우리 축제가 환경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가장 많이 만들고 있는 쓰레기는 무엇인지, 무엇이 재활용 가능한지, 줄일 수 있는지, 대체 가능한지를 사무국 스태프 모두가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 막상 공부는 시작했는데 국내 공연예술 분야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자료를 구하고 대체재를 찾기가 다소 어려웠고, 환경 분야 자체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나 수치, 또는 현장의 경험적 조언이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곳이 많지 않았다. 또 실무를 함께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시간을 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사무국 내에서 이슈에 대한 최소한의 인지도와 공감대를 형성하여 환경적이지 않은 관행들에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찾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나아가 축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실천적 참여를 유도하거나, 별도의 <에코프린지> 인디스트팀을 만들어 축제 기간 중 관객을 대상으로 기후 위기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하였고, 이런 경험들은 프린지가 앞으로 기후위기 관련 활동들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후 학습 과정에서 점점 기후 위기 관련 작업을 하는 예술가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획자, 단체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우리의 작업과 이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이 고민을 바탕으로 예술계 내 동료들과 협업, 소통하는 기회들을 만들어냈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창작자와 축제기획자의 이야기를 다룬 <독립예술집담회>, 예술계 안팎에서 기후 위기 관련 활동들을 해오고 있는 동료들과의 대화였던 <인류세에 대처하는 예술 웨비나>, 해외 친환경 창∙제작 가이드인 을 번역하고 예술계 내 동료들과 공유하는 <그린씨어터> 연구 모임 참여 등의 활동은 우리의 고민이 외롭지 않도록, 또 우리의 활동이 연장되고 확장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1년 새 ‘기후위기’라는 주제는 모두가 이야기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막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일 뿐, 현장에서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쨌든 문제의식에만 머물지 않고 <에코프린지>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했으며, 다양한 시도를 했으며, 이 과정에 함께할 동료를 찾았다. 다양한 시도를 해본 덕에 동료들과 서로의 활동을 나누고 각자의 성공과 실패를 축하하고 응원할 수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역할을 해내고 서로의 활동이 각자 달라 보이더라도 결국엔 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는 프로젝트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엄청난 동력이 생긴다. 이 동력은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잠깐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되게 하는 가장 큰 자원이 될 것이다.

2021년의 활동을 바탕으로 프린지는 2022년에도 기후 위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문화예술계 내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가고자 한다. 단순히 작품의 주제 의식으로서 기후 위기를 다루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다양한 담론을 예술, 축제의 맥락에서 예술계 이해관계자들과 나누고, 우리가 함께 지킬 수 있는 실천의 약속을 만들고, 예술의 방식으로 사회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수치로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는 것이 과학의 영역이라면, 이 문제가 우리 모두의 것임을 깨닫게 하고, 유연한 시각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우리의 영역이다. 1년간의 <에코프린지> 프로젝트는 우리의 활동이 단순히 환경을 해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